들어가며..
나는 풀스택 개발을 지향하는 프로그래머다.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는걸 좋아한다. 깊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 서드파티들을 다뤄봄으로써 IT 생태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6년이 넘어가는 윈도우 피씨로 풀스택 개발 환경을 구성해서 개발하고 있었는데, 기동성을 위해 노트북도 필요했고, 이제 맥북도 써보자 생각이 들어 긴 고민끝에 맥북을 구입하였다.
풀스택 프로그래머, 첫 맥북 구입
2021 맥북 프로 가격을 보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기본옵션이 200만원 중반이 넘어가니 사실 부담스러운 가격이지 않은가 ?
풀스택 개발환경을 구축하려면 RAM은 보장되어야 했다. 32기가로 업그레이드 하니 50만원이 훌쩍 뛰어넘으면서 14인치는 320만원을 넘어가버렸다. 저장용량도 중요했다. 요즘 핸드폰도 1기가가 나오는데.. 금액적인 면에서 M1 13인치 중고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지만 터치바에 심한 불호를 갖고 있어 제외했다.
1. RAM 32G
제일 중요한 스펙이다. 가격때문에 많이 흔들렸지만 16기가로는 내 기준에 맞는 풀스택 개발환경은 턱없이 부족할 거라 확신했다. 윈도우에서 16기가로 도커와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사용하면서 가용리소스가 턱끝까지 올라오면서 많이 불편했다. 웹브라우저도 RAM을 어마하게 잡아먹는다. 레퍼런스 사이트 몇개 띄우면 1기가는 훌쩍 넘어가버린다. 맥북 구입 후 도커기반 개발환경을 구성하고 Xcode, 시뮬레이터를 띄우니 가볍게 10기가가 넘어간다. 브라우저 몇개 띄어주면 12기가가 넘는다. 여기에 메모리기반 서드파티까지 구성하면 16기가가 넘어간다 !!
프론트 개발자라 하더라도 많은 여유를 챙기긴 힘들 것 같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을 잘 정리하거나 최적화하여 사용한다면 문제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풀스택 개발을 지향하는 프로그래머라면 32기가를 강력 추천한다.
2. CPU 10 Core / GPU 16 Core
CPU는 맥북13과 차별성을 주려고 10Core를 선택핬다. 최저 옵션과 어느정도 성능차이가 나는지 깊게 확인하진 않았다. CPU 10Core 부터 96w 충전기를 제공해서 더 큰 고민없이 해당 스펙으로 선택했다.
GPU 16코어는 아래 단계와 가격차이가 13만원 차이로 크지 않아서 16코어를 선택했다. 머신러닝을 염두하여 GPU 코어도 높으면 좋으니 16코어로 선택.
3. 14인치 vs 16인치
고민한 기간으로 따지면 제일 고심한 고민거리였다. 동료가 16인치를 먼저 사서 사용하고 있어 잠깐 만져봤는데 역시 큰게 좋다. 그 옆에 13인치가 있었는데 너무 초라해보였다. 하지만 기동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출퇴근 거리가 1시간 이상이고 개발하는 책상이 협소한 나에게 16인치는 버거워 보였다. 그래서 14인치를 선택했다.
사용해보고 말하는거지만 14인치를 선택하길 잘했다 생각한다. 맥북 구입전에 집에는 피씨 뿐이여서 강제로 책상에 착석했다지만 노트북은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침대!! 침대에 기대어 무릎 위에 맥북을 올려놓고 사용하고 있다보면 16을 선택했으면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클리앙에도 이런 이유로 바꿔타신 분들을 심심치 않게 봤다.
맥북을 들고다니지 않고 직장에 놓고 사용한다면 16인치가 더 좋은 선택일 것이다.
4. 실버 vs 스페이스 그레이
주변 맥북을 사용하는 개발자를 보면 대부분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의 맥북을 사용한다. 계속 보여서 질려서 그런걸까? 무조건 실버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스페이스 그레이도 이쁘지만 2021 맥북은 키보드가 블랙색상으로 아노다이징 처리되어 실버와 상반되면서 잘 어울려 보인다 는 개인적인 취향이다. 색상에 고민이라면 1% 더 마음이 가는 색을 선택하길 바란다. 1% 덜 후회하는게 나을테니까..
5. 잠깐의 사용기
390만원, 냉장고 티비도 이것보다 싸게 샀다. 와이프는 노트북이 390만원이나 하냐면서 달갑지 않은 시선이지만 나는 너무 만족한다. 향후 몇년간은 이 맥북과 개발을 함께 할 것이고, 기대만큼 성능을 보장해줄 것이다.
사실 윈도우만 사용하던 개발자에겐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첫 맥북사용자에겐 더욱 그럴것이 DEL, HOME 키도 없고 한/영 키도 이상한 위치에 있는데다가 ALT / Ctrl 개념이 윈도우와 달라서 많이 생소하다. 트랙패드를 사용할 땐 몰랐는데 외부 마우스를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사용하니 스크롤 방향이 반대였다.
하지만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잘한다. 일주일 정도 사용하면서 이런 불편사항은 조금씩 사라지고 편해지고 있다. 물론, 맥북의 키 배열은 너무 익숙해지기 힘든 구조라 키보드 키맵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일부 커스터마이징을 했다. ( 만년 윈도우 사용자라면 키맵 프로그램 ( Karabiner )을 사용하기 바란다. 필자는 한/영을 Ctrl, 스페이스 오른쪽에 위치한 커맨드키를 한/영 으로 변경했다. 개발에디터에서 자동완성( Auto complete)은 option + 스페이스로 변경하였다. )
무엇보다 편했던 기능은 기기간 연동인데, 아이폰 핫스팟이 자동으로 연결되는게 너무 좋다. 타 기기(서피스프로) 사용 할 때는 매번 핫스팟을 켜줘야 했는데 이런 불편이 사라지니 사용성이 더 극대화 되는거 같다. 에어팟도 자동으로 잡고 아직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아이패드간 화면 쉐어링도 해볼 예정이다.
비싸고 이쁜 영상 시청용 노트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남다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개발을 위해 샀으니 무엇이든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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